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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글리코 영양소 만병통치약이라고?

전기실무교육원 2008. 3. 31. 21:54

 

[주간동아]글리코 영양소 만병통치약이라고?

[주간동아   2007-10-25 15:54:33] 

 
알로에 분말을 주성분으로 한 기능성 건강식품이 만병통치약처럼 과대 포장돼 고가에 유통되고 있어 정부당국이 집중 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문제의 건강식품은 미국 매나테크에서 제조해 국내 다단계 유통망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글리코 영양소 ‘앰브로토스’ 등 8개 제품.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 웹사이트 등을 살펴본 결과, 단순 건강식품인 매나테크 제품이 판매과정에서 특정 질병에 효과가 있는 의약품처럼 허위 과대광고 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조만간 사법당국에 고발하는 등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각종 의학 관련 자료 제시 소비자 현혹
현재 시중에는 앰브로토스 2병, 플러스 1병, 카탈리스트 1병 등 4병으로 구성된 ‘옵티멀 헬스 프로그램’ 한 세트(1개월 분량)가 회원들에게는 33만여 원, 일반 소비자에게는 44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그런데도 8월8일 회사 측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실적보고서를 보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28%가 증가한 1670만 달러(약 157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이처럼 판매량이 급증한 것은 허위 과대광고와 무관치 않다. 판매업자들의 판매수법은 무척 교묘하다. 업자들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홍보문건을 보면 글리코 영양소의 효과가 마치 의학적으로 입증된 것처럼 각종 의학 관련 자료를 제시해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근거로 제시된 자료가 1996년 생화학자 머레이 박사가 펴낸 생화학책 ‘Harper’s Biochemistry’의 일부분으로, ‘자연에서 발견된 200여 개의 단당류 중 8개만 당단백질의 고리(당 사슬)에서 발견됐다’는 내용이다.


업자들은 이 8개의 당단백질 중 6개가 현대인의 식탁에서 사라졌고, 이것을 섭취하지 않으면 심각한 질병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이 8개의 당단백질로 만든 글리코 영양소라는 것.


또 다른 자료로는 ‘사이언스’지와 ‘뉴턴’지 등 유명 의학전문지에 여러 차례 실린 ‘글리코믹스’ 연구이론과 성과가 제시되고 있다. 이것이 글리코 영양소와 관련됐다는 이야기다. 업자들은 이 내용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유방암 말기환자에서부터 자폐증, 아토피, 당뇨, 치매, 간경화, 정신분열증 환자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질환자들의 치료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업자들의 허위 과대광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글리코 영양소가 특허청으로부터 감기는 물론 백혈병 등 각종 난치병까지 치료한 결과와 관련해 특허를 받았다는 것. 심지어 글리코 영양소가 노벨상으로 검증된 이론이라거나 세계적인 의사 벤 칼슨 박사가 글리코 영양소를 4주간 먹고 전립샘암을 치료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벤 칼슨 박사는 샴쌍둥이 분리수술에 성공해 유명해진 의사다.


과연 어디까지 진실일까? 최근 세계 의학계에서 당단백질과 관련한 신약 개발 연구가 급속도로 활발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른바 ‘글리코믹스(Glycomics·복합당질체)’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4월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의 협력으로 한국당과학회가 출범했다. 한국당과학회 초대 회장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책임연구원 이대실 박사다.

미국에서도 6월 문제점 고발
이 박사는 글리코 영양소 판매업자들의 홍보책자 내용을 살펴본 뒤 “참 교묘하게 짜맞췄다. 상술이 뛰어난 것 같다”면서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박사는 먼저 “글리코믹스와 글리코 영양소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당 사슬의 8개 당단백질 중 6개가 현대인의 식탁에서 사라졌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면서 “평소 우리가 먹는 고기, 채소, 생선, 밥, 우유 등을 통해 충분히 섭취할 수 있는 영양소들이다”라고 말했다.


특허청에 직접 확인해본 결과도 업자들의 주장과 달랐다. 특허청 화학생명공학 식품생물자원심사팀 관계자는 “특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청구항이 무엇이냐인데, 매나테크사에서 특허 신청한 글리코 영양소인 앰브로토스 제품은 일반적인 식이보조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특정 질병에 효과가 있다거나 개선 여지가 있다는 내용조차 없어 특허를 내줄 때 그다지 엄격하게 심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글리코 영양소는 노벨상과 무관할 뿐 아니라, 벤 칼슨 박사의 전립샘암 치료와도 관계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지사인 매나테크 코리아 측은 이에 대해 “일부 판매업자들의 허위 과대광고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이를 금지하기 위한 시정 조치와 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의사와 약사 등 일부 의료 전문가들이 판매조직의 후원을 받아 사설로 설립한 ‘당질영양학연구회’도 문제다.


이 연구회는 글리코 영양소와 관련한 각종 세미나와 강의를 진행했고, 판매업자들은 이를 판매에 이용했다. 강의 주제를 보면 ‘염증, 노화, 종양’ ‘류머티즘 관절염’ ‘감기 바이러스 감염’ ‘비염 천식 아토피’ ‘당뇨 고혈압’ ‘유전성 질환’ 등 모두 질병과 관련된 것이다. 여기에 글리코 체험 사례까지 포함돼 있다.


결과적으로 의료 전문가들이 나서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글리코 영양소가 질병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오인하도록 만들고 있는 셈이다.


회사 측은 연구회와 관련해 “단순히 스터디 차원에서 외국 논문이나 자료를 가져다가 공부한다고 해서 그런 줄만 알았다”면서 “일반인을 상대로 강의를 하고 체험 사례까지 발표하고 있다면 문제가 있는 만큼 조만간 연구회를 해산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리코 영양소가 만병통치약처럼 변질된 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미국 ABC방송은 6월1일 시사고발 프로그램 ‘20/ 20’을 통해 3개월간 밀착취재로 확인한 매나테크 글리코 영양소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매나테크는 또 텍사스주 그레그 아보트(Greg Abbott) 주 법무장관에게 소송을 당했다. 불법적이고 소비자를 현혹하는 판매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